KOREAN RICE FOOD

보도기사




“한국인은 뭐니뭐니 해도 밥심”… 지구촌도 ‘쌀’ 홀릭 [안젤라의 푸드트립]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6-23 16:56:53
  • 조회수 : 4393

“한국인은 뭐니뭐니 해도 밥심”… 지구촌도 ‘쌀’ 홀릭 [안젤라의 푸드트립]

전세계 쌀의 기원 / 한국 소로리 볍씨 / 즉석죽·쌀시리얼… / 한끼 간편식 인기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밥은 먹었니”라고 항상 물어봤다. 밥이 꼭 쌀밥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밥이라는 것이 워낙 중요했기 때문에 밥은 끼니를 대체하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인은 밥심이다’는 말은 요즘 현대인들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다소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6·25전쟁 이후 미국의 밀가루 식량 원조로 수제비, 국수, 빵과 같은 밀가루 음식이 많아지고, 경제 발전과 더불어 해외로 나가 외국의 음식들을 접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식생활에 많은 변화를 끼쳤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약 30년 동안 1인당 쌀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최근 1~2년 사이에는 그 감소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일까. 스물여섯번째 안젤라의 푸드트립은 쌀이다.

 

#전 세계 쌀의 기원은 한국 ‘소로리 볍씨’

쌀이 주식인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 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농경사회였고, 기후나 풍토도 잘 맞았지만 쌀은 밀, 옥수수, 보리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아 집중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쌀은 아시아를 넘어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전 세계 쌀의 기원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11톨의 볍씨가 발견됐다. 이 볍씨는 중국에서 발견된 볍씨보다 무려 4000년이나 더 오래된 볍씨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다. 이는 무려 1만5000년 전 우리 땅에서 쌀을 먹었다는 증거가 됐고, 영국 BBC의 보도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인정받았다. 예전만큼 쌀밥을 많이 먹지 않는 우리이지만 한국인의 자존심을 ‘밥심’에서 찾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에는 즉석밥 등 쌀가공식품 수요 늘어

하지만 쌀의 기원국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30년간 출산율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늘어난 외식 등의 외부요인으로 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들어 2018년에는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해 약 20% 감소한 61kg(2018년 기준)을 소비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가정 간편식이 식품업계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해 급격한 쌀 소비 감소를 막아주고 있다. 즉석밥뿐만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 물만 부어먹는 죽, 쌀로 만든 시리얼 등 다양한 쌀가공식품이 등장했다.

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쌀 소비량이 많은 업종은 2018년 기준 떡류 제조업이 17만2317t으로 1위이고,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14만7474t, 탁주 및 약주 제조업이 6만785t을 기록해 쌀가공식품이 쌀 소비 촉진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 상을 차려서 먹을 필요도 없고, 빠른 시간 안에 포만감은 채우고, 영양은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국제식품박람회에서 펼쳐진 라이스쇼에서도 56개의 쌀가공식품 회사가 참여해 수준 높은 쌀가공식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한국 쌀가공식품의 가치

미국 대형식품업체인 프레시 다이렉트(Fresh Direct) 홀푸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식품 트렌드는 ‘건강, 슈퍼푸드, 식물성’이 키워드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육류보다 대체육을 앞세우고 있으며 오가닉, 슈가 프리, 글루텐 프리(Gluten Free), 팻 프리 등은 몇 년 전부터 미국 식품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증마크 중 하나다. 특히 유럽인들이 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글루텐 프리 식품이다.

글루텐은 밀가루를 찰지고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성분으로 서양인들이 즐겨먹는 빵이나 파스타 등 밀가루로 만든 식품에 함유돼 피하기 쉽지 않다. 글루텐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성분으로, 물에 용해돼 풀어지지 않는 성질을 갖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이다. 밀가루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 구토 및 심하면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셀리악병을 유발할 수 있어 유아식부터 노인식까지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글루텐 프리 박람회에 참가해 한국 음식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부스는 각 나라에서 온 브랜드관이었지만, 유일하게 국가관이 있던 곳은 대한민국 한 곳이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쌀이 주식인 나라이기 때문에 셀리악병을 찾아보기 힘든 셀리악병 청정국가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3살짜리 아이와 함께 온 이탈리아 부부가 한국 부스를 찾아왔는데 “우리 아이는 어릴 적부터 글루텐 분해능력이 없어서 밀가루를 먹으면 거품을 물고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글루텐 프리 음식만 먹고 있다. 그래서 여러 음식을 조사하던 중 한국은 글루텐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 중 하나여서 한국 음식에 큰 관심을 가져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떡볶이, 쌀면, 쌀강정, 쌀튀밥, 쌀누룽지 등은 해외에서는 생존하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생명의 음식 중 하나였다. 농산물 수출 법률상 쌀은 수입 및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쌀가공식품의 활성화와 수출 판로 확충을 위해 제조업체들과 기관들이 협력하며 우리나라 쌀 소비량 증가뿐만 아니라 무역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